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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22일은 우리 민족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 《훈민정음 해례본》이 국보로 지정된 날(1962년 9월 22일)입니다.

우리가 매일 공기처럼 당연하게 사용하는 한글. 그러나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한글의 창제 원리는 베일에 싸여 있었고, 심지어 "창살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발트해 문자를 모방했다"는 등의 왜곡과 추측이 무성했습니다.

이 모든 오해를 단칼에 종식시키고 한글이 철저한 음성학적·철학적 원리로 탄생했음을 증명한 결정적 문헌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1. 훈민정음 해례본이란 무엇인가?

《훈민정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 예의본(禮義本):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글(어제 서문 및 본문)로, 한글을 만든 목적과 글자의 사용법을 간단히 적은 부분입니다.
  2. 해례본(解例本): 집현전 학자들(정인지,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한글의 창제 원리와 발음 기관의 모양, 구체적인 어휘 사용 예시를 한문으로 풀어쓴 '한글 해설서이자 사용 설명서'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부르는 책은 바로 이 예의와 해례가 모두 담긴 목판본 정본을 의미합니다.

2. 해례본이 밝혀낸 한글의 3대 과학적 원리

해례본의 등장으로 밝혀진 한글의 문자적 가치는 세계 언어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 상형(象形)의 원리: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혀, 입술, 이, 목구멍)의 모양을 본따 만들었음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예: 'ㄴ'은 혀 끝이 위잇몸에 붙는 모양, 'ㅁ'은 입의 모양)
  • 가획(加劃)의 원리: 소리의 세기에 따라 기본자에 선을 더해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ㄴ' → 'ㄷ' → 'ㅌ') 이는 문자의 형태와 소리의 성질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 유일의 '음성질 문자(Featureal Alphabet)'임을 보여줍니다.
  • 삼재(三才)의 원리: 모음은 동양 철학의 핵심인 하늘(·), 땅(ㅡ), 사람(ㅣ)의 모양을 결합하여 창제했습니다.

3. 간송 전형필 선생과 해례본 수호사(史)

해례본은 일제강점기 미공개 상태로 잊혀졌다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일제는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한글 탄압을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의 눈을 피해 당시 기와집 11채 값에 달하는 1만 원(현재 가치 수십억 원 상당)을 지불하고 해례본을 인수했습니다.

전형필 선생은 광복이 될 때까지 이 책을 오동나무 상자에 넣고 밤에는 베개 속에 넣고 잘 정도로 목숨을 걸고 지켜냈습니다. 선생의 집념이 없었다면 한글의 창제 원리는 영원히 미궁 속에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4. 역사적·세계적 위상

  • 1962년 9월 22일: 대한민국 국보 지정
  • 1997년 10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

세계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문자 중 '누가, 언제, 왜,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가 책으로 기록되어 남아있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합니다. 유네스코 역시 그 독창성과 기록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마치며

"백성이 제 뜻을 펼치지 못함을 어여삐 여겨" 만들어진 한글, 그리고 그 위대한 한글의 비밀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

9월 22일 국보 지정일을 맞아, 단순히 쓰는 문자를 넘어 백성을 사랑했던 애민 정신과 세계 최고의 과학성이 담긴 해례본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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